IEEE Spectrum: Solid-State Batteries Could Face “Production Hell”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시기 아직 요원해… 업계 "내연기관車 대체까지 10여년 걸릴 듯"
최근 폭스바겐과 퀀텀스케이프(QuantumScape)의 전고체 배터리 개발 소식이 전기차 시장에 희망을 주고 있지만, 자동차 배터리 전문가들은 대규모 상용화까지는 여전히 먼 길이 남았다고 경고했다. 단일 기술 혁신만으로 단기간에 산업 전반을 뒤흔들 수는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중국 배터리 대기업 CATL의 전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낸 밥 갈리엔 갈리엔에너지 대표는 "전고체 배터리는 훌륭한 기술이지만 시장에 안착하기까지 리튬이온 배터리 수준의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리튬이온도 상용화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고체 배터리의 가격이 액체 전해질 리튬이온 배터리와 견줄만한 수준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IEEESpectrum과 인터뷰한 전문가들도 폭스바겐, 퀀텀스케이프, 도요타, NIO 등의 성과 발표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긴 했지만, 기술적 완성도에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현재로선 전고체 배터리가 엔지니어링 검증과 생산 혹독기(Production Hell)를 피해갈 묘수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제한된 용도로 사용중인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자동차에 적용하는 데 남은 과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성능, 수명, 비용 면에서 실제 검증된 제품이 나와야 확산 속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유리나 세라믹 전해질을 사용하는 점이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와 다르다. 이를 통해 안전성과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충전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어 전기차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열적 안정성이 높아 급속 충전도 가능하다.
이런 장점에 힘입어 폭스바겐그룹 배터리사 파워코는 1월 초 퀀텀스케이프 리튬금속 배터리 셀이 1,000회 충전 사이클 후에도 95%의 용량을 유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기차로 50만km 이상 주행해도 주행거리 감소가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도요타는 지난해 10월, 2027년까지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차에 탑재하겠다고 밝혔다. 1회 충전으로 1,000km 주행이 가능하고 10분 이내에 80% 급속 충전할 수 있다는 목표다. 중국 NIO도 12월 웰리온 뉴 에너지 테크놀로지(WeLion New Energy Technology) 社의 150kWh급 '반고체 배터리'를 올 여름 채택해 1,000km 주행거리를 확보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NIO 배터리가 전고체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가이드하우스 인사이츠 샘 애벌샘 수석연구원은 "이는 사실상 15년 전부터 양산된 겔(gel) 전해질을 쓰는 일반적인 니켈망간코발트(NMC) 배터리"라며 "겔은 고체와 액체의 특성을 모두 지녀 준고체(semi-solid)로 분류되지만 진정한 고체 전해질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망간 스피넬(spinel) 화학 성분의 준고체 셀은 2009년 현대 쏘나타 하이브리드에도 쓰였다. 액체 배터리처럼 충돌 시 관통될 수 있어 부서지는 고체 배터리와 대조된다.
진정한 고체 전해질을 쓰는 전고체 배터리가 넘어야 할 산은 공학적 검증이다. 갈리엔 대표는 안전성(Safety), 성능(Performance), 수명(Life), 비용(Cost), 친환경성(Environmental) 등 5대 원칙을 모두 충족해야 업계 전반의 채택이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의 전고체 배터리 기업들은 5대 원칙 중 최소 3개 이상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며 "합리적인 수명 수치를 제시한 곳을 본 적이 없고, 액체 리튬이온 배터리와 겨룰만한 가격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전고체 배터리 가격은 10년 전 리튬이온 배터리 수준이라는 것이다.
자동차 업체들은 온도, 고도, 충격, 진동 등 실제 주행 환경에서 새 배터리의 성능을 검증해야 한다. 특히 진동과 충격은 주의가 필요하다. 갈리엔 대표는 "고속도로에서 큰 구덩이를 만났을 때 고체 전해질 구조에 어떤 손상이 갈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완성차 업체들이 전고체 배터리를 대규모 도입하려면 우선 핵심 분야별로 성능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아직 검증된 바 없다"며 "그런데 어떻게 자동차 생산에 투입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갈리엔 대표에 따르면 양산용 배터리 셀을 생산해 실제 환경에서 시험하고 고객사에 공급해 성능을 평가하는 데만 최소 2년이 걸린다. 이후에도 불가피한 문제점들을 해결하며 본격 양산에 착수하는 과정에서 일론 머스크가 언급한 '생산 혹독기(manufacturing hell)'를 겪게 된다.
2018년 당시 머스크 테슬라 CEO는 모델3 생산 라인의 결함을 해결하기 위해 6개월간 일종의 '지옥'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갈리엔은 "제조업에서 이런 어려움은 흔한 일이지만 배터리 생산에서 특히 그렇다"며 "시행착오 없이 성공한 배터리는 단 한 번도 본 적 없다"고 말했다.
배터리 공장 건설과 시제품 생산, 고객 평가, 대량 양산 등 일련의 과정에 7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배터리 전문가들은 그 기간 동안에도 전고체 배터리 기술이 계속 진화할 것으로 내다본다. 현재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흑연부터 실리콘, 리튬금속까지 다양한 음극 소재와, NMC나 니켈이 풍부한 양극 소재를 활용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차세대 배터리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두 가지 단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극에서 코발트 사용량을 줄이고, 음극에 리튬금속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발트는 희소하고 비싸며 노동법이 취약한 국가에서 채굴되는 경우가 많아 사용량을 줄이는 게 주요 과제다. 리튬금속 음극은 에너지 밀도를 높이면서도 안전성을 개선할 수 있다. 현재 액체 전해질 리튬이온 배터리에선 화재 위험 때문에 리튬금속 음극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포르투갈 포르투대 헬레나 브라가 공학물리학과 교수는 "우리가 애초에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착수한 이유가 리튬금속을 쓰기 위해서였다"며 "신소재 기술은 곧 완성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는 10여년 전 노벨상 수상자 존 구디너프와 함께 전고체 배터리를 연구한 권위자다.
다만 LG화학, BYD 등 배터리 제조사들이 실제 기술을 어디까지 개발했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이들 기업은 정보 공개에 인색한 편이어서 진척 상황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당분간은 가장 큰 기업들조차 공학적 검증의 험난한 관문을 통과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갈리엔 대표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5대 원칙의 성공을 확신하지만, 10년 안에 이뤄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4년01월26일 : Solid-State Batteries Could Face “Production Hell”